대출 한도가 실거래가 기준이 아니라고?" 은행이 보는 '진짜 집값'의 정체



내 집 마련을 위해 열심히 발품을 팔아 5억 원짜리 마음에 쏙 드는 집을 계약했습니다. 생애최초LTV(주택담보대출비율)가 70%이니, 당연히 "5억의 70%인 3억 5천만 원까지 대출이 나오겠구나"라고 자금 계획을 세웠죠.


그런데 은행에 갔더니 "대출 한도는 3억 4천만 원입니다"라는 청천벽력 같은 소리를 듣습니다. 도대체 1,000만 원은 어디로 사라진 걸까요?


바로 당신이 "대출 한도는 실거래가 기준이 아니다"라는 은행의 제1원칙을 몰랐기 때문입니다. 이번 글에서는 은행이 '내가 산 가격'이 아닌, '자신들이 정한 가격'을 고집하는 이유와 그 '진짜 집값'의 정체를 알려드립니다.

은행은 왜 '실거래가'를 믿지 않을까?

은행은 돈을 빌려주고 나중에 돌려받아야 하는 입장에서, 담보물(집)의 가치를 매우 보수적으로 봅니다. '실거래가'는 구매자와 판매자 단둘이 합의한 가격일 뿐, 시장의 객관적인 가격이 아닐 수도 있다고 생각합니다.

  • 급등기: "혹시 저 사람, 너무 비싸게 '상투' 잡은 거 아냐?"
  • 급락기: "혹시 가격이 더 떨어지면 어떡하지?"
  • 특수 거래: "혹시 가족 간에 비싸게 거래해서 대출만 빼가려는 거 아냐?"

이런 위험을 피하기 위해, 은행은 자신들만의 객관적이고 보수적인 담보 가치 기준을 사용합니다.

은행이 보는 '진짜 집값'은 무엇인가? (KB시세)

은행이 실거래가 대신 사용하는 '진짜 집값'은 바로 'KB시세 (KB국민은행 시세)'입니다. 아파트의 경우, KB시세는 은행 대출의 '바이블'이나 마찬가지입니다.

  • KB시세란? KB국민은행이 매주 전국의 아파트 단지별, 면적별 시세를 조사하여 발표하는 공신력 있는 데이터입니다.

  • 왜 KB시세인가? 특정 거래가 아닌, 해당 단지의 일반적인 평균 가격을 반영하므로 은행이 가장 신뢰하는 객관적인 '담보 가치' 기준이 됩니다.

  • (참고) 아파트가 아닌 빌라, 신축, 단독주택 등 KB시세가 없는 주택은 은행이 지정한 감정평가 법인의 '감정평가액'을 기준으로 삼습니다.

LTV 70%의 진짜 의미

자, 이제 핵심입니다. 은행은 절대 손해 보지 않기 위해 아래 3가지 금액 중 가장 낮은 금액을 기준으로 대출 한도를 정합니다. 이것을 'Lesser Of (더 적은 쪽)' 룰이라고 합니다.

  • ① 실거래가 (내가 산 가격)
  • ② KB시세 (은행이 인정한 가격)
  • ③ (필요시) 감정평가액

✅ Case 1. 내가 시세보다 비싸게 샀을 때 (가장 흔한 경우)

- 실거래가: 5억 1,000만 원
- KB시세: 5억 원
- 은행 기준가: 5억 원 (더 낮은 KB시세)
- 최종 대출 한도 (LTV 70%): 5억 원 x 70% = 3억 5,000만 원
(내가 5억 1천에 샀다고 해서 3억 5,700만 원이 나오지 않습니다.)

✅ Case 2. 내가 시세보다 싸게 샀을 때 (급매)

- 실거래가: 4억 9,000만 원
- KB시세: 5억 원
- 은행 기준가: 4억 9,000만 원 (더 낮은 실거래가)
- 최종 대출 한도 (LTV 70%): 4억 9,000만 원 x 70% = 3억 4,300만 원
(KB시세가 5억이라고 해서 3억 5천이 나오지 않습니다. 은행은 내가 실제 지불한 돈보다 더 많이 빌려주지 않습니다.)

계약서 도장 찍기 전, 'KB시세'부터 확인하라

"대출 한도는 실거래가 기준이 아니다"라는 말은, "대출 한도는 은행의 담보 평가액(주로 KB시세)과 실거래가 중 더 낮은 금액을 기준으로 한다"는 뜻입니다.


따라서 내 집 마련 자금 계획을 세울 때, 내가 얼마에 사고 싶은지가 중요한 게 아닙니다. 가장 먼저 '네이버 부동산'이나 'KB부동산' 앱에서 내가 사려는 집의 'KB시세'가 얼마인지 확인하고, 그 금액을 기준으로 대출 한도를 계산하는 것이 실패 없는 자금 조달의 첫걸음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