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가가 오르는데 왜 '이것'만 잘 팔릴까?
월급 빼고 다 오른다는 말이 현실이 된 인플레이션 시대. 마트에서 장 보기가 무섭고, 점심값마저 부담스러워 대부분의 사람들이 허리띠를 졸라매고 있습니다. 그런데 참 이상한 일입니다. 이런 상황에서도 백화점 명품관 앞에는 여전히 긴 줄이 늘어서고, 어떤 물건들은 "없어서 못 판다"는 이야기까지 들려옵니다.
모두가 지갑을 닫는 시기에, 오히려 불티나게 팔려나가는 물건들의 정체는 무엇일까요? 물가 상승이라는 경제의 역풍 속에서 오히려 순항하는 세 가지 유형의 상품들과 그 속에 숨겨진 흥미로운 소비 심리를 파헤쳐 보겠습니다.
과시적 욕망 - 비쌀수록 특별하다
경제학의 기본 원리는 '가격이 오르면 수요가 줄어든다'는 것이지만, 이 원리를 거스르는 물건들이 있습니다. 바로 '베블런재'라 불리는 사치품입니다. 이들은 가격이 오를수록, 그것을 소유하고 있다는 사실만으로 부와 사회적 지위를 증명하기 때문에 오히려 수요가 늘어납니다.
- 왜 물가 상승기에 더 잘 팔릴까?
인플레이션은 현금의 가치를 떨어뜨립니다. 이때 부유층은 가치가 떨어지는 현금 대신, 희소성이 있고 자신의 부를 과시할 수 있는 고가의 실물 자산으로 눈을 돌립니다. 비싼 가격표가 '나만 가질 수 있다'는 VIP 입장권처럼 작용하는 것입니다. - 대표 상품: 한정판 명품 시계, 희귀한 슈퍼카, 유명 디자이너의 가방, 초고가 보석류 등.
가치 저장의 욕망 - 현금은 위험하다 - 안전자산
물가가 오른다는 것은, 반대로 말하면 '돈의 가치가 떨어진다'는 의미입니다. 이러한 '구매력 하락'을 방어하기 위해 사람들은 현금 대신 가치가 보존되거나 상승할 것으로 기대되는 실물 자산, 즉 '안전자산'을 찾게 됩니다.
- 왜 물가 상승기에 더 잘 팔릴까?
이는 '인플레이션 헤지' 라고 불리는 대표적인 자산 방어 전략입니다. 돈의 가치는 계속 변해도, 금이나 유명 예술품의 가치는 쉽게 변하지 않을 것이라는 믿음 때문입니다. 투자의 관점에서 수요가 급증하는 것입니다. - 대표 상품: 금, 유명 작가의 미술품, 희귀 빈티지 와인, 그리고 핵심 입지의 부동산.
위로의 욕망 - 이 정도는 괜찮잖아?
물가 상승과 경기 침체가 함께 찾아올 때 나타나는 가장 흥미로운 현상입니다. 당장 집이나 차를 살 수는 없지만, 사람들은 힘든 시기를 견뎌낼 '작은 위로'를 필요로 합니다. 이때 큰돈을 들이지 않고도 즉각적인 만족감을 주는 '작은 사치품'의 소비가 늘어납니다.
- 왜 물가 상승기에 더 잘 팔릴까?
이를 '립스틱 효과'라고 합니다. 1930년대 미국 대공황 시절, 다른 모든 산업이 무너져도 립스틱 매출만은 올랐다는 데서 유래했습니다. 큰 행복을 누릴 수 없을 때, '가성비' 좋은 만족감을 통해 스스로를 위로하려는 보상 심리가 작용하는 것입니다. - 대표 상품: 립스틱 등 색조 화장품, 고급 디저트와 프리미엄 아이스크림, 수제 맥주, 스페셜티 커피 원두.
소비는 논리가 아닌 '심리'다
물가 상승기에도 누군가의 지갑이 계속 열리는 이유는, 우리의 소비가 언제나 합리적인 계산만으로 이루어지지 않기 때문입니다. 때로는 과시하고 싶은 욕망, 내 자산을 보존하려는 이성, 그리고 힘든 나를 위로하고픈 감정이 복합적으로 작용합니다.
이러한 소비 트렌드를 이해하면, 복잡한 경제 현상 이면에 숨겨진 인간의 흥미로운 심리를 엿볼 수 있게 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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