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7 부동산 정책, 서울 아파트 폭등의 진짜 원인? 

서울 한강벨트 아파트 전경 이미지


정부가 가파른 집값 상승을 잡기 위해 내놓은 '9.7 부동산 대책'을 기억하시나요? 당시 정부는 이 정책을 통해 주택 공급 속도를 끌어올려 시장을 안정시키겠다고 공언했습니다.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대책 발표 이후 서울과 경기 지역의 아파트 가격은 다시 들썩이며 폭등의 신호탄을 쏘아 올렸습니다.


도대체 왜 이런 일이 벌어진 걸까요? '공급'이라는 올바른 목표를 제시한 정책이 왜 의도와 정반대의 결과를 낳은 것일까요? 정부의 정책 의도와 시장 현실 사이의 숨겨진 괴리를 낱낱이 파헤쳐서, 9.7 부동산 대책이 어떻게 '폭등의 열차'를 가속하는 기폭제가 되었는지 그 복합적인 원인을 살펴겠습니다.



'공급 속도전'으로 시장을 안정시키겠다?


정부가 발표한 9.7 대책의 핵심은 크게 두 가지였습니다.

 첫째는 압도적인 주택 공급 확대입니다. 2030년까지 수도권에 135만 호를 신속하게 공급하기 위해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직접 '집장사'로 나서는 등 공공 주도 공급을 강화하고, 민간 공급을 저해하는 각종 규제도 완화하겠다는 계획을 밝혔습니다.

둘째는 수요 억제 및 시장 질서 확립입니다. 가계부채 관리를 위해 규제지역의 주택담보대출비율(LTV)을 축소하고, 부동산 불법 행위를 근절하기 위한 조사·수사 조직을 신설하겠다는 내용도 포함되었습니다. 정부의 목표는 명확했습니다. '공급 확대'라는 근본적인 해결책을 제시하여 시장의 불안 심리를 잠재우는 것이었죠.




왜'폭등의 열차'가 되었을까?


그러나 대책 발표 이후 시장의 반응은 정부의 의도와는 정반대였습니다. 한국부동산원 통계에 따르면, 서울 아파트 매매가격 변동률은 9.7 대책 발표 이후 3주 연속 상승 폭을 확대했고, 경기도 역시 상승세로 돌아섰습니다. 일부 단지에서는 종전 최고가를 경신하는 거래가 속출하기도 했습니다. 왜 이런 역설적인 결과가 나온 걸까요?


'공급 속도전'의 심리적 부작용

정부가 제시한 '2030년까지 135만 호'라는 목표는 장기적인 관점에서 보면 긍정적입니다. 하지만 시장 참여자들은 그 긴 시간 동안 발생할 '단기 공급 절벽'에 대한 우려를 먼저 떠올렸습니다. "2030년까지는 기다릴 수 없다"는 심리는 '지금 아니면 집을 사기 어렵다'는 '패닉 바잉' 심리를 오히려 자극했습니다. 정부의 장기 계획이 오히려 단기적인 조급함을 부추기는 '심리적 패러독스'를 낳았던 것입니다.


공공기관(LH) 주도 공급 방식의 구조적 한계와 비현실성

이번 대책의 핵심 주체는 LH였습니다. 그러나 LH는 이미 160조 원에 달하는 부채로 인해 '재무위험기관'으로 지정된 상태입니다.

 이러한 상황에서 막대한 비용이 드는 주택 사업을 주도할 수 있을지에 대한 현실적인 의문이 제기되었습니다. 또한, LH가 직접 공급에 나서면서 기존에 LH 택지를 매입해 주택을 건설하던 민간 건설사들의 사업 기회가 줄어들어 민간 시장의 공급 동력을 위축시킬 수 있다는 우려도 나왔습니다. 현실적인 난제를 안고 있는 정책은 시장의 신뢰를 얻기 어려웠습니다.


수요 억제책의 '알맹이 없는' 효과

대책에 포함된 LTV 축소 조치는 '현금 부자'들에게는 무력했습니다. 고가 아파트를 현금으로 매수하는 자산가들은 대출 규제와 관계없이 시장에 진입할 수 있었기 때문입니다. 반면, 대출에 의존하는 일반 서민 및 중산층의 주택 구매는 더욱 어려워졌습니다. 대출 규제가 강화될수록 '똘똘한 한 채'에 대한 선호는 더욱 굳어졌고, 자금력이 있는 수요가 고가 주택 시장으로 집중되면서 부동산 시장의 양극화를 심화시키는 부작용을 낳았습니다.




 9.7 대책을 넘어선 복합적인 요인들


주택 가격 상승은 단순히 9.7 대책 하나 때문이 아닙니다. 이 정책은 다음과 같은 거시경제적 환경과 다른 정책들과 맞물려 의도치 않은 결과를 낳았습니다.

  • 풍부한 유동성: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전 세계적으로 이어진 확장적 통화 정책으로 시장에 이미 풍부한 유동성이 공급되어 있었습니다.
  • 재건축 규제 완화: 정부와 서울시가 재건축 안전진단 완화 등 정비사업 규제를 대대적으로 풀면서, 노후 아파트 단지에서 '개발 기대감'이 폭발적으로 높아졌습니다. 이 기대감은 9.7 대책의 장기적인 공급 계획보다 훨씬 강력하게 시장을 움직였습니다.



왜 의도와 정반대의 결과가 나왔을까?


9.7 부동산 대책은 '공급'이라는 올바른 정책 목표를 제시했음에도 불구하고, 의도와는 정반대의 결과를 초래했습니다. 이는 장기적인 계획이 단기적인 불안 심리를 해소하지 못했고, 공공 부문의 구조적 한계와 수요 억제책의 허점이 결합되어 가격 상승의 새로운 동력을 제공했기 때문입니다.


이번 사례는 주택 공급 계획이 단순히 물량 목표를 달성하는 것을 넘어, 시장 참여자들의 불안 심리를 효과적으로 관리하고 신뢰를 확보하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 보여줍니다. 앞으로의 주택 시장 안정을 위해서는 민간 부문의 참여를 적극적으로 유도하고, 현실적인 공급 모델을 구축하는 등 보다 정교하고 근본적인 정책적 접근이 필요합니다.